봉합(縫合)
봉합(縫合)
- 여강 최재효
입을 꿰매고나니 마음이 편하다
어제는 그 놈의 입이 무척 미웠다
죽더라도 입은 살아서 떠들어 댈 것이다
하늘과 땅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별과 달 역시 말을 아꼈다
말하라고 입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참으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볍게 내 뱉은 말을 모으니
태산보다 높고 대양(大洋)보다 넓다
천만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입이 지은 죄를 모두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아침에, 유년시절 생각없이 뱉은
말 한마디가
시퍼런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늦었지만 입 꿰맨 것이 천만다행이다
- 창작일 : 2008.08.16. 1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