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
초상권
- 驪江(여강) 최재효
팔십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짧은 상견례를 가졌다
사진 속 하얀 미소를 보고
나는 남극의 빙산처럼 무너져 내렸다
상주(喪主)와 동문수학한 연유로
또 불경죄(不敬罪)를 저질렀다
벗은 오히려 거북등처럼 딱딱해진
내 거만한 등을 다독거렸다
살아있을 때 그 무수한 날 동안
나는 어디서 무얼 하다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서
이리도 무참(無慙)하게
생면부지의 얼굴을 훔쳐봐야 하는가
훗날, 내가 세상의 소임을 마치는 날
하얀사진 대신
고향 뒷동산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걸어 놓게 하리라
- 창작일 : 2008.07.30. 04:30
[주]초상권(肖像權) - 자기의 초상에 대한 독점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