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도가네
몬도가네
- 여강 최재효
서바이벌 게임 아닌 진짜 총을 들고
광란(狂亂)을 피우고 싶은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이대로 간다면 분명 정신병자가 되리라
어쩌다 개기름 질펀한 중년의 얼굴
개눈을 해박고 두 입을 가진 뻔뻔한 인피(人皮)
성인(聖人)의 말씀을 구린내 나는 혀로
탈바꿈시키고 하늘을 가리는 손을 보면
사십년간 진정시켜 왔던 야성(野性)이
순식간에 폭발하거나 백지 무뇌아가 되곤 한다
인간이 날짐승을 잡아먹는 일은
늘 있었던 일이고 특히 복(伏)날이면
아무 상관도 없는 충복들이 주인에게 무참히
도륙당하는 일도 눈가림 속에 있어 왔다
이제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개가 사람을 잡아먹고
소가 사람을 잡아먹고
닭이 사람을 잡아먹는
지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처참한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둔갑술(遁甲術)을 익힌 나는 밤마다
천년 묵은 거대한 능구렁이가 되어
세 가닥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팔방(八方)의 천상천하를 기웃거린다
- 창작일 : 2008.07.19. 22:05
[주]몬도가네 - 기이한 행위, 특히 혐오성 식품을
먹는 등 비정상적인 식생활을 가리
키는 단어로 1962년 세계의 엽기적인 풍습을 소재로
한 이탈리아 영화 <몬도 카네>(Mondo Cane: 이탈리
아어로 '개 같은 세상')에서 유래된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