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 여강 최재효
무대(舞臺)에서 내려오는 날
가장 많은 눈물이 뿌려지리라
낮달은 퉁퉁 부운 얼굴로 서둘러
구름 장막을 칠 테고
새들은 풍문에 귀를 후비고
석양은 낮달에게 곁눈질을 할 테다
어설픈 단막극의 주인공
이 풍진 세상에 혼자 잘난 피에로
조소(嘲笑)의 알바트로스
평생을 자신에게 불경(不敬)한 탕자
겁 없는 이카루스, 거울을 볼 때마다
어느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반생을 넘기도록 감도 잡지 못하고
리허설(Rehearsal)로 마감해야하는
맹물 같은 하루하루, 옷이 버거워서
다른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자고나면 어색하게 바뀐 대본
목성(木星)에서 전해 온 듯한 이즘(ism)들
뱀의 혀같은 미소들이 뻔뻔스럽게
강요하듯 건네지면 하늘의 은전인 듯
말없이 받들어야 하는 내가 잔인하다
무대에서 밀리는 날은
살아있음이 임들에게 송구하며
산 송장 같은 날이 되리라
해서, 미리 눈물의 씨앗을 남김없이 캐내
햇볕에 말리고 있는 중이다
- 창작일 : 2008.07.12.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