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 여강 최재효
도봉산 만월암 약사여래 왼손에 들린
붉은빛 천도(天桃)가 탐이나
여래께 지전(紙錢) 몇 장 내밀고
구배(九拜)를 올리며 떼를 썼다네
마침 허기도 지고 갈증도 났었지
천년을 하루같이 백의(白衣)에
화사한 미소로
염부(閻浮)를 굽어보시는 자비로운 모습
잔잔하고 그윽한 시선에 그만 넋이빠졌지
곁에 계신 산신령께 도움을 요청하며
여래의 복숭아를 구걸했다네
미련한 중생의 마음을 꿰뚫어 본
스님이 조용히 불러
손수 복숭아 즙을 짜서 주셨지
역시 부처님도 돈에 약하다는 걸 알았어
그런데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할 수 없었어
하늘복숭아를 먹었으니
마누라 없이 삼천년을 어이 살꼬
아, 눈먼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 창작일 : 2008.06.28. 14:30
[주] 1.천도 - 3천년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로
장수불사 영약으로, 동박삭이
천도를 먹고 십팔만 년을 살았다고 함
[三千甲子(3,000x60) 東方朔]
2.염부=이승=사바=현세=홍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