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 여강 최재효
좁은 아스팔트 길
하얀 고양이 한 마리 내장을 쏟아내고 있다
선글라스를 낀 시커먼 바퀴들이
가냘픈 주검을 애써 외면한 채
제 갈 길이 바쁘다며 도망친다
백(Back)이 없어 들러리가 되었거나
뒤통수에 눈이 없어 바보가 되었거나
정도(正道)만을 고집하다가
사도(邪徒)가 된 순진한 영혼들이나
도로에 누워 선혈(鮮血)을 말리고 있는
저 불쌍한 영혼과 무에 다를까
정작 속내를 꺼내놓아야 할
카인의 후예들이
오히려 큰 소리치는 세상이 우습다 못해
서럽다
검은 포도(鋪道)가 흡혈을 모두 끝내고
소화되지 못한 한낮의 햇볕이
소복이 쌓이면
무지한 문명(文明) 대신에 바람이 몰려들어
문상(問喪)을 하겠지
피도 눈물도 포기한 잔인한 문명
- 창작일 : 2008.6.11. 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