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08. 4. 27. 19:26

 

 







              

                         

 

 

 

 


 

                      손톱(2)

 

                                                                                                                                                                               - 여강 최재효

 

 

  

 

                                                2

 


 영화 촬영소를 지나자 차들이 서행하기 시작했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
되면서 금요일 밤은 황금의 시간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이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움 공유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새로운 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근교의 미사리나 양수리가 젊은이들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해소할 수 있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북한강을 끼고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각종 요식업들이 서울서 온 손님을
맞이하느라 부산해 보인다. 음식점 주차장 마다 차가 빽빽하다 못해 도로변
까지 점령하였다.


 “이러다 북한강변이 모두 잠자는 도시로 변질되겠는걸…….”


 동혁이 술에 취해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모텔로 들어가는 한 쌍의
대학생 차림의 커플을 보자 시큰둥하게 내뱄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하나
둘 들어서던 동화 속에 나옴직한 모텔들이 아베크족이나 연인들을 이곳으로
모이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십분 쯤 지나서 두 사람이 빅 이벤트를 가질 비밀 장소에 도착하였다. 북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하얀 지붕의 이층 별장이 지을 때 돈이 꽤 들어갔을 것 같았다.

별장 앞에 펼쳐진 경치는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멀리 강에 반사된 불빛들이 마치 꿈을 꾸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1층은 60이 갓 넘은 남자 관리인이 별장을 관리하며 거주하고 있었는데 동혁을 알아보고 손을 비비며 인사를 건넸다.


 “동혁씨 맞죠?”
 “네 제가 인터넷으로 별장을 하룻밤 예약한 사람 맞습니다.” 


 “아저씨, 제가 신청한 대로 준비되었죠?”
 “네에, 누구 명인데 어기겠습니까?”


 동혁이 자동차 트렁크를 열자 관리인이 얼른 검정색 가방을 들고 별장 안으로 사라졌다. 강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자목련 나무가 흔들리면서 꽃잎이 날렸다. 두 사람이 2층으로 올라섰을 때 민지는 깜짝 놀랐다. 2층이 마치 영화 촬영 세트장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중앙에 킹사이즈 침대가 놓여있었고 좌우 전후에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기조명이 대낮같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벽과 바닥 장식이 마치 중세 유럽풍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침대는 어른 서너명이 누워도 될 만큼 넓어보였는데 둥근 매트위에 눈이 부실정도의 하얀시트가 조명을 받고 하룻밤 기거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천정에는 고전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샹데리에가 은은함을 더해주었고 침대 옆에 원탁의 테이블이 있었다.


 ‘으음, 관리인이 제대로 알아들었군.’
 “동혁씨, 이게 다 뭐예요?”


 “으응, 오늘밤 민지와 판타스틱 한 밤을 보내려고 약간 신경을 썼지. 잠시 후 우리

둘 만의 멋진 파티가 이방에서 벌어질 거야. 기대하라구. 자, 우리 저 테이블에 마련된 와인이나 한잔하면서 긴장을 풀지.”


 동혁이 턱으로 가리키는 방향에 한 구석에 원탁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싱싱한
과일과 와인 두병이 놓여있었고 빨간 양초가 인상적으로 불타고 있었다. 동혁이
노인이 올려다 놓은 가방을 열자 현란한 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황금마스크, 검정색 가죽장갑, 가죽채찍, 딜도, 부러쉬, 선글라스, 수갑, 족쇄,
가죽 끈, 굽이 뾰족한 빨간색 하이힐, 핀셋, 올리브유, 담배, 가죽안대, 브랜드,
라이터, 양초, 공작새 깃털, 전기 충격기, 진동기, 은색가위, 인조 남근이 달린
가죽팬티, 가죽 브래지어, 자크형 가죽팬티, 담배물부리, 비디오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후렛쉬, 노트북 등…….


 민지는 가방에서 나온 물건들을 하나씩 살피며 야릇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동혁이 노트북에 전원을 꽂고 벽에 달린 앰프시설 조작을 하자 아랍계통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벽스위치를 누르자 천정에서 흰색 스크린이 내려오면서 빔프로잭트 가 반짝거리며 영사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완벽한 서라운드시스템이 갖춰진 소극장이 마련된 것이다.
 

동혁이 노트북을 조작하자 미국의 성인배우 테라패트릭과 젠나제임스의 자극적인

사진이 5초마다 바뀌면서 스크린을 장식했다. 묘한 포즈의 사진이 정신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독 사진에 이어 잘생긴 라틴계 젊은 커플이 수영장 옆에서 정사를 갖는 장면의 사진이 확대되어 비쳐졌다. 동혁이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면서 능글맞은 미소로 민지를 바라보면서 흡족해 했다.


 “자, 건배하지. 이 술은 우리의 합방을 위하여 내가 준비한 브랜디야 좀 독하지만
이렇게 콜라와 혼합해서 마시면 향이 아주 고상해. 민지 마셔봐.“
 

 민지가 빨간 손톱을 강조하면서 유리잔을 잡았다. 빨간색과 호박색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빨강 립스틱에 유리잔이 접촉할 때마다 숨겨진 욕망의 늪이 출렁거렸다.
 순식간에 브랜디 한 병을 다 마셔버린 두 사람은 침대로 올라갔다. 으레 습관처럼 민지가 스스로 옷을 벗으려고 하자 동혁이 말렸다.


 “안 돼, 오늘은 내가 민지 옷을 벗길 거야.”
 

 동혁이 민지의 상의와 스커트를 벗기자 붉은 색 브래지어와 흰색 팬티 속에 감춰진
민지의 육신이 나타났다. 충분히 뭇 남성들의 음심(淫心)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을 법한 눈부신 육신이 밝은 조명아래 드러났다. 동혁이 마른침을 삼키며
민지의 하반신을 들여다보았다.


  동혁이 하이힐을 신은 민지의 양발 목에 족쇄를 채우고 엎드리게 한 다음 가죽
장갑을 낀 민지의 양손을 침대 양 모서리에 가죽 끈으로 고정시켰다. 비디오카메라가 빨간 빛을 깜빡거리며 두 사람의 은밀한 행위를 빠짐없이 담고 있었다. 동혁이 민지를 안대로 가리고 가위로 민지의 손바닥만 한 팬티를 가로 세로로 잘라냈다.


 무성한 숲이 나타나자 동혁의 눈빛이 살아 움직였다. 동혁이 살며시 거웃에 키스를 하자 민지는 꿈틀 거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다시 가위로 브래지어 끈을 사정없이 잘라 버렸다.


 금방이라도 하얀 물질이 흘러나올 것처럼 팽팽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대추빛의 유두가 시선을 유혹했다. 침대의 하얀 시트 위에 엎드린 민지의 육신이 금방 바다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싱싱했다. 동혁은 올리브유를 민지의 전신에 바르고 가죽 팬티와 가죽 브래지어를 입혔다. 엉덩이가 강조되어 천정을 향하도록 했다.


 찰싹 -. 동혁이 올리브유를 발라 번들거리는 민지의 터질 듯 한 엉덩이를 가죽채찍

으로 후려쳤다. 그때마다 민지는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모기소리 만하게 토하다 점점 동혁의 손에 힘이 가해질 때마다 탄성을 질러댔다.


 찰싹, 찰싹 -.  민지의 괴성이 2층을 가득 채우고 밖으로 흘러나갔다. 벌거벗은 채로 황금가면을 쓴 동혁의 모습은 기괴하다 못해 살의까지 느낄 정도였다. 마치 서양의 괴기 영화의 한 장명을 방불케 했다.  비디오카메라의 각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동혁이 자주 리모트컨트롤을 이리 저리 눌러댔다. 침대 위에 엎드려 있는 민지의 엉덩이만 고정

되어있는 카메라가 마음에 들지 않은 동혁이 아래층에 내려가더니 관리인을 데리고 

올라왔다.


 “아저씨, 이 비디오카메라로 우리 두 사람을 골고루 촬영해 주세요. 조작하실 줄 알죠? 그리고 아저씨 제가 신호를 보낼 때마다 디지털 카메라로 내가 가리키는 곳을
찍어 주세요. 아셨지요?“


 관리인은 카메라와 침대에 엎드린 채 신음하고 있는 민지를 번갈아가면서 묘한 표정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찰싹 -. 찰싹 -. 

 관리인은 침을 흘려가며 동혁이 민지를 가학(加虐)하는 장면을 비디오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미 많은 커플들이 이 별장에 와서 변태적인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훔쳐보거나 관전을 요청받아 온 터라 촬영에도 익숙해 있었다. 동혁이 민지를 침대에 눕게 하고 선글라스를 착용시킨 후 다시 가학이 시작되었다. 민지가 목이 마르다며 술을 달라고 하였다. 주스에 브랜디를 타서 건네자 단숨에 마셔버렸다.


 “동혁씨, 아니 자기야 계속해줘. 응?”


 찰싹, 찰싹, 찰싹 -. 

 민지의 가죽팬티 위로 채찍질이 계속 이어졌다. 엉덩이는 부풀어 올랐으나 앞은 아직 멀쩡했다. 지방층이 많은 엉덩이를 가격할 때는 심한 통증을 느끼지 못했지만 거웃이 무성한 부위를 가격 당할 때마다 민지는 거의 울음 섞인 신음을 토했다.


 예민한 여근(女根)에 상처라도 생기면 안 되었기에 채찍 대신 진동기에 전원을
넣어 민지의 예민한 부위를 자극하였다. 진동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 초당 수백회
이상의 진동을 발생 시켰다. 진동기를 민지의 예민한 부위에 댈 때마다 민지의
허리는 활처럼 굽었다.


 “그, 그만, 나 죽을 거 같아요. 그, 그만해요.”
 민지의 애걸에도 불구하고 동혁은 계속해서 민지의 언덕을 자극하였다. 민지는
오줌까지 지려가며 극도의 쾌감 속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비디오카메라를 찍고 있는 관리인도 동혁의 무자비함에 혀를 내둘렀다. 관리인은 침을 흘려가며 비디오를 촬영하였고 동혁은 인정사정 두지 않고 민지를 가학하였다. 민지의 빨간 손톱들이 밝은 조명 속에서 허공을 이리저리 가르며 난무했다.

 
 어느 정도 민지를 가학함으로서 희열을 만끽한 동혁이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동혁의 강하게 부풀어 오른 남성이 자꾸만 민지를 정복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바로 민지를 열락의 세계로 인도한다면 오늘밤은 너무 싱겁게 작업이 끝날 것 같았다. 잠시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여 민지의 입에 물려주자 민지는 쉬지 않고 담배를 빨아 댔다.

 

 대형 스크린에서 테라패트릭과 젠나제임스가 침대에 누워 가래떡처럼 생긴 긴 인조 남성을 서로의 은밀한 부위에 끼우고 몸부림을 치면서 거친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있고 옆에 우람한 근육질의 남성들이 두 여인의 유두를 깃털로 간질이고 있다.


 “아저씨도 잠시 쉬면서 담배 한 대 피시지요?”
 “저희 두 사람의 이런 해괴한 짓에 놀라셨지요?”


 “놀라긴요. 아주 자주 목격하여 이제는 시큰둥할 정도입니다.”
 “시큰둥하다니요?”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생면부지의 부산의 커플과 서울의 커플들이 만나 이러 별장에서 이상한 행위를 하면서 쾌락을 만끽하지요. 아마 그분들은 그러한 행위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았어요. 자신의 부인이 다른 남성을 부둥켜안고 춤을 추거나 극단적인 행위를 면전에서 하여도 그냥 박수를 쳐대며 즐거워하지요. 처음에는 저도 정신병자들인 줄 알고 무척 놀라워했는데 그런 커플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데 저는 충격과 시기를 동시에 맛본답니다.

 

 그분들은 현대의 복잡하고 전문적이며 정신적 갈등을 야기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기정체성을 상실하거나 인간적 고뇌를 겪는 분들 같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위하여 자신과 동질성을 지닌 동료들을 철저히 파괴하여 일정한 성취감을 맛본 뒤 허탈한 감정을 성적 판타지를 통해 해소하려는 정신분열증 환자같기도 했어요. 하나같이 미모의 부인을 대동하고 오거나 여러 커플들이 찾아와 밤새도록 기괴한 행위를 즐기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답니다. 


 오늘처럼 선생께서 부인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나이가 10년만 젊었다면 와이프에게 아주 색다른 성적 쾌락을 선사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누천 년간 지속되어 온 1부1처의 카테고리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요즘에는 변변한 애인 하나 없는 기혼녀들은 이미 국보급 취급을 받지요. 저도 젊어서는 최소 5명의 유부녀 애인이 있었지요. 모두 어디서 잘들 살고 있는지…….“


 “아니, 관리인께서는 시골에 앉아서 세상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시네요.”
 “제가 영어, 일어, 중국어를 익힌 탓에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를 내 집 드나들 듯

한답니다. 지금 선생께서 하시는 가학적 판타지 이벤트는 이미 식상할 정도로 많이 접했고 별로 큰 흥미는 느끼지 못해요. 좀 더 자극적인 장면을 기대해 보지만 아직은 우리네 정서에 맞지않는 것 같습니다.


 선생께서도 아직 젊은 나이지만 사회에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느끼시나 봅니다. 대개가 전문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가학적 또는 피가학적 성적행위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보나 봅니다. 갈수록 해괴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성적놀이가 우리사회에 은연중 만연할 거라 봅니다. 오늘 선생의 사랑놀음 또한 아주 기초적인 행위에 속한다고 볼수 있지요. 이전에 다녀간 커플들의 행위에 비한다면요."


 “아하, 그러시군요. 오늘 저희들의 행위는 아주 단순하죠? 저 여인은 이제 서른셋
된 애인입니다. 아내는 집에서 조신하게 있지요. 제가 출장 간 줄 알고 있답니다.”
 ‘이 사람아, 당신이 남의 여인을 탐하는 동안 당신 아내는 다른 남자의 노리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구먼, 흠 빌어먹을 세상.‘
 관리인은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담배 연기를 허파 속으로 집어넣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