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08. 3. 23. 14:55

잠을 자다
- 여강 최재효
혹이 생기면서부터 세상이 흔들린다
혹이 구르는 눈덩이를 닮으면서
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해에게 검은 반점이 생기면서
지구가 자주 요동쳤고
그때마다 성인(聖人)들도 정신을 잃었으며
덩달아 달도 휘청거렸다
내가 돌고
달이 돌고
별과 해가 돌고
우주가 돌면서 잠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내 등에서
태산만한 혹이 모두 공중 분해되면서
인향(人香)이 바람을 타는 날
세상은 숙면을 취하리라
- 창작일 : 2008.03.23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