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반란
시간의 반란
- 여강 최재효
봄이 슬며시 손을 내민다
이제 막 신선한 공기를 채우기 시작한
허파가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고
음흉한 눈으로 세상을 내다보던
아랫도리 지퍼도 다시 올라가 버렸다
청춘은 그대로였으면 했다
매미도 돌아가고
허수아비도 제 집으로 돌아가고
낚시찌에 걸린 채 빙빙 돌던 겨울도 가고
연어처럼 제자리를 찾아 온
환한 얼굴의 봄이 악수를 청해오지만
추억을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난 탓에
차마 손을 내밀 수 없었다
하늘과 땅이 서로 이마를 부딪치며
和音을 내밀 때
다시 지퍼를 내려 추억을 삭히던 중년은
태양을 거꾸로 돌리며
목청을 높이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파란 메아리가 터진다
살아야겠다
살아야겠다
살아야겠다
죽어도 살아야겠다
- 창작일 : 2008.3.9.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