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月 - 숭례문을 애도하며
火月
- 崇禮門을 애도하며 -
- 여강 최재효
예전에는 임께서
돌이라 알려주시면 돌인 줄 알았고
산이라 하시면 산으로 보였으며
불이라 보이시면 불인 줄 알았습니다
어느 날, 神이 된 어리석은 후손들이
불경스럽게도 임에게 대항하더니
계수나무가 말라죽고
토끼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대취한 태백은
말도없이 어느 분화구 속으로 들어간 뒤
아직 소식도 없습니다
영원을 주장하는
얼빠진 후손도 있고
순간을 애도하는 여린 영혼도 존재합니다
태산이 산으로 보이고
토끼들이 다시 뛰어 놀며
계수나무가 새싹을 틔우는 날이 오면
잘난 후예들은 예전처럼
돌과 산과 불을 가슴에 담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삭히소서
- 창작일 : 2008. 02. 14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