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슬링(終)
싱가폴슬링(終)
- 여강 최재효
만약 우유가 없을 경우에는 물을 1000ml 정도 마시면 최소 2시간 이상 상대방
보다 천천히 취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지방질의 우유가 위벽에 스
며들어 술이 위로 들어 올 경우 위에서 흡수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우연히 주워들은 이야기지만 경태는 그 이야기를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밖에는 좀전보다 굵은 빗줄기가 뿌려지고 있었다. 스크류드라이버를 넉잔 마신
미스윤이 흔쾌히 따라 나섰다. 다리가 약간 풀려 있었다. 경태도 마티니를 두 잔 정
도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경태가 차를 인천방향으로 몰았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인천대공원에서 인천 남동공단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차안에서 못된짓 하기에는 비가 오는 늦은 밤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공단이 적
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로등도 모두 불이 꺼져있는 공단은 거대한 유령의
집들 같아보였다. 공단 중앙로를 따라 달리다 중간정도에서 우회전을 하자 적당한
장소가 나타났다.
차에 탈 때부터 잠이 든 미스윤은 1시간 정도 달려 올 때 까지도 세상 모르고 잠
에 취해 있었다. 자동차를 대로에서 좀더 들어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좌우 공장
건물이 있고 앞이 막혀있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사방
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종종 번개가 칠 때면 미스윤의 예쁜 얼굴이 파란 불빛에 반
사되어 처녀귀신 처럼 보였다.
경태의 차는 중형차였기 때문에 의자를 약간만 조정하면 쉽게 야전 침대가 되었
다. 미스윤의 입가에서 향긋한 오렌지쥬스 냄새가 묻어 나왔다. 아프리카 세렝게
티의 초원에서 막 잡은 산양 먹이를 놓고 어떻게 시식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자
같은 심정이었다. 그 동안 노련한 늑대 앞에 스크류드라이버 넉잔에 인사불성이
된 여성이 어디 미스윤 한 명 뿐이었겠는가. 경태는 만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싸움도 치고박고 하는 묘미가 있어야 흥미가 더하는 법이지만 일방적인 승리는
의미가 퇴색되게 마련이다. 너무나 싱거운 정복이었다. 땀으로 끈적한 미스윤의
상체에 마치 정복자의 표시라도 되는 것 처럼 자랑스럽게 키스마크 두 개를 만들
어 놓았다. 긴장이 풀리고 즐거운 휴식뒤에 맛보는 담배는 꿀맛 보다 좋았다.
땀을 식히기 위해 경태가 앞문 유리를 내리자 찬 바람이 빗방울과 함께 들어왔다.
미스윤은 어깨를 들먹이며 가늘게 흐느끼는 것 같았다.
거머리 같은 장마가 시작되었다. 여주인은 일주일간 휴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 동
안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경태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독서실에서 일주
일간 숙식을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경태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A는
일주일간 자신의 집에서 기거를 하라고 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지만 선뜻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다큰 총각이
혼자사는 성숙한 여인의 집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큰 위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
이었다. 영업장에서 숙식을 해결해왔던 경태로서는 일주일 동안 셔터가 내려진 음
습한 칵테일 매장에서 산다는 것은 큰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찾아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함께 일하던 남자
종업원들은 고향을 다녀오겠다며 모두 떠나갔다. 이틀동안 하루 세끼식사를 라면으
로 해결하다보니 속이 메스꺼웠다. 매장안에 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둑 컴컴
한 매장에서 금방 처녀귀신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았다.
빨갛게 립스틱을 칠하고 요염한 몸매를 뽐내던 열네명의 빠순누이들의 모습이 눈
에 선했다. 오후에 A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의 집에와서 휴가기간동안 같이있자
고 하였지만 스스로 찾아가다는 것이 웬지 창피했다. 늦은 밤 잠시 거머리 같던 비
가 멈추었다.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올려고 막 나서려던 참이었는데 A가 족발
과 맥주를 가지고 들이닥쳤다.
한남동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잠시 들렸다고 했다. 얼굴이 몇칠사이 창백
하고 핼쑥해져 있었다. 매장안에도 술이 많이 있었지만 경태가 매일 영업시간이 끝
나면 잔고를 기록해서 여사장에게 보고를 하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오랜만
에 포식을 한 경태는 A에게 남산으로 바람을 쐬러 가자고 했다.
경태는 눈아래 밤하늘 은하수 처럼 불빛이 명멸하는 서울에 자신이 마음 놓고 머
물 수 있는 집 한채 없다는 것에 비애감을 느꼈다. 멀리 한강건너 A가 사는 동네를
보았지만 불빛만 보일 뿐이었다. A가 경태의 팔장을 끼고도 춥다고 했다. 연약한
여성이 자신 때문에 감기 몸살이라도 난다면 괜히 욕만 먹을 것 같았다.
택시를 탔다. 이태원을 경유하여 A가 사는 반포동으로 향하도록 할 참이었다. 택
시안에서도 A는 몹씨 몸을 떨었다. 여름이지만 A는 마치 한 겨울을 만난 것 처럼
보였다. 약간 취하기는 했지만 A의 정신 상태는 말짱했다. 밤 12시가 넘어가고 있
었다. A는 자기네 집으로 함께 가서 휴가가 끝날 때 까지 함께 있자고 하였다.
괴롭히지 않겠다고 하며 배시시 웃었다. A 혼자 반포동으로 향했다. 경태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오후 늦게 지배인에게
서 연락이 왔다. A가 병원에서 위독한 상태라며 자신을 찾는다고 했다. 도무지 무
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A가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A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A의 친구들
이 오열하고 있었다. 여주인과 지배인도 달려와 있었고 다른 여종업들도 소식을 듣
고 달려왔다. 사인은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쇼크사라고 했다. 그렇다면 언젠가 경
태가 A를 집에다 데려다 주었을 때 서랍과 장롱에서 본 수 많은 약들이 생각났다.
오전부터 입질을 하던 먹이감이 드디어 확실하게 미끼를 물었다. 아이디가 '제비
꽃' 이라고 했다. 일주일전부터 카페에 들어가면 자주 말을 걸어왔던 여자였다. 대
개 전업주부의 경우 오전에 남편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나면 특별히 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주부들은 헬스클럽이다 수영장이다 하며 다녀 보지만 대개가 몇 달을 넘기
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부류들이 많다. 남편이 직업군이라고 하는 30대 후반의
여자였다. 자신은 결혼하고 한번도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직장을 다녀본 경험이 없
다고 했다. 그래서 집 밖에 나가기가 싫다고 했다.
그러던중 우연히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경
태는 제비꽃에게 남편이 바람을 피울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질문으로 대화
를 유도했다. 자기 남편을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믿는 도끼에 종종 발등이
찍힌다며 남편의 태도를 항상 예의 주시해 보라는 말로 은근히 걱정거리를 안겨
주었다.
자신은 남편을 너무 믿으며 남편 또한 자신을 끔찍히 사랑한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항상 바람에 흔들린다고 했다. 제비꽃은 완고한 여자처럼
보였다. 오후 까지 이어진 낚시질에서 제비꽃은 낚시바늘을 물었다 놓고 다시 물
었다 놓고하는 입질만을 반복했다. 확실히 미끼를 물었다고 판단한 것이 오판이었
다. 경태는 어깨에 힘이 빠졌다. 갑자기 집에 손님이 와서 채팅을 그만 두어야 하
겠다면서 화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제비꽃은 전업주부라고 자신
을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순수와는 거리가 먼 여자였다. 최근에 나
타난 신종 사이버 꽃뱀이었다. 사이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남자를 홀리는
여자였다.
꽃뱀 조직은 주로 인터넷을 잘 다룰줄 아는 이혼녀들이나 가출한 여인들 5명
정도가 조직을 이루며 활동을 하는 신종 범죄집단이었다. 그들의 먹이는 여자를
밝히는 유부남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주로 오후 시간대에 남자들이 집중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 시간대도 오후 3시 이후가 가장 활발하
게 움직인다.
채팅사이트에 여러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한 여자가 여러
명의 남자를 동시에 친분을 유지하면서 은근히 유혹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사정
상 어려운 경우에는 동료 꽃뱀들에게 연결을 해주기도 한다. 남자들에게 유혹을 당
할 듯 하면서 당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초조하게 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다음날 오후 1시경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경태가 잠시 인터넷을 접속하자 곧바로
제비꽃이 대화창을 열고 1:1 대화를 요구해 왔다. 어제는 갑자기 집에 손님이 오는
바람에 인사도 못했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저녁에 서울 신촌에서 친구들과 만남
이 있어서 나갈 예정인데 경태에게 잠깐 볼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이전의 제비꽃의 이미지와는 정반대 되는 행동이었다. 경태도 저녁에 대학친구
들의 모임이있었지만 사정을 들어 불참하기로 하고 신촌으로 향하기로했다. 제비
꽃을 E여대입구 K카페에서 7시 정각에 만나기로 했다.
한줌의 재로 변한 A의 유골을 친구들과 여종업들이 강화대교에서 바다를 향해
뿌려주었다. 가족이 없었다. 혼자 고아로 자란 A는 사람의 정이 그리웠었다. A는
죽기전에 친구들에게 자신을 화장하여 바다에 뿌려달라고 했다. 경태라는 이름을
죽기전 까지 불렀다고 친구들이 전했다.
바닷바람을 타고 A가 다리아래로 하얗게 흩어졌다. 경태는 오열했다. 그토록 자
신에게 집착했던 A가 그리웠다. 꿈만같았다. 삼일전밤 남산에 함께 올라 데이트를
하였던 여자가 재로 변해 바다로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
다. A가 세상을 떠나고 경태는 심한 정신적 혼돈에 빠졌다.
A가 남편과 이혼하고 늘 남자의 사랑을 갈구해 왔지만 번번히 그 꿈은 이루어지
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경태에게 애정을 쏟아 보려고 했지만 역시 이루어지지 못하
자 A역시 심한 자책감에 빠졌고, 술과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던 것이었다.
그런 A의 소원을 들어주지못한 자신이 남자답지 못했으며 그것이 경태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A를 가슴에 묻고 지내는 시간들이 무거웠다. 영업이 끝나면 A를 그리워 하면 술
로 자신의 못난 행동에 대하여 괴로워했다. 자신이 도도하게 행동을 하였기 때문에
A가 빨리 세상을 뜨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A가 세상을 버리기 직전 경태의 이름을 불렀다는 소문이 여종업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화재거리가 되었으며, 경태는 차갑고 인정이 없는 남자로 인식되었다. 오
로지 S만이 좋아했다. 마음놓고 경태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으레 S는 경태에게 싱가폴슬링을 만들어 달
라고 했다.
A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하루저녁에도 수십번씩 A가
근무했던 코너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A가 살아서 손짓을 하는 것 같은 착각
이 들었다. 어릴적 동네에 있던 예배당에 가본 것이 전부인 경태는 일요일이면 인
근의 교회를 찾았다. A에 대한 죄스러움을 조금이나마 속죄하고 싶었다.
A의 죽음은 경태에게 신앙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 에덴 동산의
뱀 처럼 S가 서서히 음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S의 구애가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공공연히 다른 여종업원들에게 자신이 경태의 애인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팔월
중순 어느 토요일 영업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S가 쪽지를 보냈다.
영업이 끝나면 자신과 해장국을 먹으러 가자는 가자는 내용이었다. 아직은 S에
게 애착이 가지 않았지만 S의의 요구를 같은 동료입장에서 뿌리치기 어려웠다. A
의 집요했던 구애가 결국 그녀의 죽음을 불렀다고 자책하고 있던 경태는 S에게 똑
같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새벽4시가 훨씬 넘어 영업이 끝났다.
다른 종업원들의 눈을 피해 겨우 S와 인근의 해장국집을 찾았다. S는 속풀이를
해야겠다며 소주 한병을 주문했다. 큰 컵에 반반씩 따라서 마셨다. 속이 찌르르 해
왔다. 해장국을 먹고 나오자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왔다. S는 자신이 사는 집이 동
빙고동인데 함께 가서 커피를 한잔 하자고 유혹을 했다.
A를 가슴에 묻고 있는 경태는 S에게서 A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 들었다. 택시가 새벽 공기를 갈랐다. 30대의 이혼녀 혼자사는 아파트에서 곰팡
이 냄새가 났다. A가 살던 아파트보다 약간 크긴 했지만 웬지 쓸쓸함이 배어있었
다. S는 커피대신 자신이 즐겨 마시는 브랜듸를 내왔다.
자신의 집에 남자 손님이 처음으로 왔다면서 술을 내온 것이다. S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해장국을 먹을 때 소주를 마시고도 술이 고픈 모양이었다. 브랜듸를
스트레이트로 석잔을 마시자 피로와 함께 술이 오르기 시작했다.
S의 혀도 약간 돌아간 듯 했다. 어느새 검정색 나이트가운으로 갈아입은 S가 경
태에게 안겨왔다. 노골적으로 자신의 집에서 쉬었다 가라고 했다. A의 유혹을 잘
도 뿌리쳤지만 S에게는 그렇게 하기 싫었다. S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기로 했다.
E여대 근처 카페에 섹시한 30대 여성 세명이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제비꽃은
싱가폴슬링을 마시고 친구들은 설티독(Sulty Dog)과 그래스하퍼(grass hopper)
를 마시며 시시덕 거리고 있었다. 세명 모두 거만한 표정을 지어가며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경태가 카페에 들어서자 제비꽃이 알아보고 손짓을 하며 자신들의 테이블로 오
라고 했다. 제비꽃이 먼저 악수를 청했고 이어 친구들도 덩달아 악수를 하며 좋아
어쩔줄 몰라했다. 제비꽃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경태가 훨씬 잘생겼다며 벌어
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눈치다. 제비꽃의 두 친구들은 대학동창생들로 모두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있다고 했다.
흑장미라는 아이디를 가진 친구는 키가 170cm정도 되는 미인인데 백치미가 있
어보였고, 백장미라는 아이디를 가진 친구도 중키의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 였다.
제비꽃이 저녁 때가 되었으니 식사를 하자고 해서 근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제비꽃이 잘가는 삼겹살 집으로 맛이 괜찮다고 했다. 삼겹살을 포도주에 숙성시켜
만든 삼겹살로 아주 맛이 있다고 제비꽃이 침이 튀도록 칭찬을 했다. 흑장미는 소주
를 두병 백장미는 한병 제비꽃은 맥주만 두병을 마셨다. 경태보다 모두 술을 잘 마
시는 여자들 같아 보였다.
밤 10시까지 네사람이 비운 술병이 테이블위에 가득했다. 세 여자들은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모두 30대 후반이지만 몸매를 잘 가꾼탓에 20대 후반처럼 보였
다. 백장미가 분위기가 너무 밋밋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유머를 하겠다
했다.
‘다섯살배기 영희가 아빠하고 공원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암캐와 수캐가 교미
를 하고있었는데 영희가 아빠 저게 뭐하는 거야?하고 묻자 아빠는 저건 예쁜 강아
지 낳으려고 하는 운동이란다' 하고 둘러댔다.
그날 밤, 엄마 아빠가 뜨거운 사랑을 불태우고 있는데 그만 영희가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엄마 아빠 뭐하는 거냐고 묻자 놀란 아빠가 이건 귀여운 동생을 만들려
고 하는 운동이이란다 하고 대답하자 영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울면서 떼를
썼다. 자기는 동생보다 강아지가 더 좋으니까 하면서 아빠에게 낮에 본 개들이 교
미하는 것처럼 뒤로하라고 울먹였다.
이야기가 끝나자 제비꽃과 흑장미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었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까지 무슨일이 있는가 싶어 쳐다보았다. 이어 흑장미도 재미있는 유머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시골 농가에 외동딸을 둔 노부부가 살았는데 과년한 딸이 암내를 풍기고 다
닌 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는 늘 감시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할멈과 함께 수확한 조
를 손질하고 있는데 딸이 사립문 밖으로 슬그머니 나가는게 아닌가!
딸년이 또 사내 만나러 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뒤따라 나가려 하자, 옆에 있던 마
누라가 조까다 말고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그러자, 영감은 화를 벌컥 내면서 하는
말이 이 정신 나간 여편네야! 내가 지금 조깔 시간이 어디있느냐고 하면서 딸년 잡
으러 나갔다. 모두들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이어 남자대표로 경태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한 시골에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읍내에 장을 보러 갔던 아내가 그만 교통사고로 세상
을 하직하게 되었다. 혼자 남게 된 남편은 몹시 슬퍼했다.
그리고 아내가 죽은 지 꼭 일 년이 되는 제삿날, 정성껏 제사를 지낸 남편은 자녀
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방문을 굳게 잠갔다.그리고는 바지 지퍼를 내린 뒤 거
시기를 제삿상 앞으로 '쑥' 내밀며 말했다. 여보,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거 여기
있소. 제비꽃과 친구들이 경태의 제스춰에 눈물이 날 정도로 웃으며 좋아했다.
제비꽃이 2차를 살테니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2차로 간 곳은 노래방이 아닌 단
란주점처럼 보였다. 룸에 들어서자 룸싸롱이었다. 노래방기기가 설치되어있고 타원
형의 큰 테이블이 화려해보였다. 제비꽃이 위스키와 밀크주 주문했다. 먼저 제비꽃
이 마이크를 잡더니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불렀다.
두 여자들이 풍만한 엉덩이를 흔들어 대며 난리법석을 떨기시작했다. 흑장미 백장
미가 바톤을 이어 쉬지 않고 노래를 불러댔다. 무엇에 홀린 여인들처럼 보였다. 이
마에 땀이 맺히도록 노래를 부르던 세 여인들이 쇼파에 앉았다.
경태가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자고 하자 모두 좋다고하였다. 웨이터가 생맥주를 가
지고 왔다. 500cc 생맥주잔에 위스키를 1/3정도 붓고 맥주를 9부정도 까지 채워 폭탄주를 만들었다. 먼저 제비꽃에게 마셔보라고 하였다.
이미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폭탄주를 마셨지만 취한 내색을 애써 참고 있는 듯 했다.
흑장미와 백장미 그리고 경태의 순으로 폭탄주가 연거푸 두 번씩 돌았다. 경태가 나훈아의 ‘건배’를 부르며 각자앞에 있는 스트레이트 잔을 들어 원샷으로 마시자고 제의 하였다.
스트레이트로 두 번을 더 건배 제의를 하였다. 세 여자모두 술에 원수가 진것 같아
보였다. 백장미가 혀 꼬부라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흑장미도 술에 취해 제 정
신이 아닌 듯 했다. 제비꽃은 취하기는 했지만 정신을 놓지 않았다.
경태가 부르스풍의 노래를 부르면 어느새 경태의 허리를 껴안고 춤을 추었다. 경태를 쳐다보는 눈빛이 끈적했다. 두 여자들은 쇼파에 앉아 잠이든 것 같았다. 단란주점에서 나왔지만 세 여자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었다. 제비꽃이 경태가 너무 미남이고 기분도 좋아서 친구들이 다른 때 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고 했다.
술 취한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택시를 잡았다. 백장미의 집이 여의도 K아파트라고 했다. 택시에 타자 세여자 모두 잠이들었다. 백장미의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세 여자 모두 대취하여 정신을 차지리 못했다. 겨우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경비 아저씨가 측은 한 눈으로 쳐다보며 세상 말세라고 하는 것 같았다. 집안으로 들어오자 제비꽃이 겨우 정신을 차렸고 두 여인들은 안방 침대에 널부러졌다
S의 집요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A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과 다를 바 없었다. 여자들은 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이성을 잃고 마는 것인지 경태는 혼란스러웠다. 군대생활 할 때 지나가는 여자만 보면 억압되었던 성욕(性慾)이 자라머리 처럼 불끈불끈 솟아 걸음걷기가 거북했던 때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제공하겠다고 하는 성찬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미웠다. S의 혀가 경태의 뜨거운 입안을 휘젖고 다녔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들의 성공을 위해 이순간에도 온 정성을 쏟으시며 자식 뒷바라지에 피땀을 흘리시고 계실 어머님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뒤로 아버지의 성난 얼굴도 보였다. 집안의 광영을 일으켜야 할 놈이 계집애 치마폭에 쌓여 본분을 잊고있다고 하시며 호통을 치셨다.
S의 거친 숨결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경태도 의지와 달리 점점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어머니의 호통소리가 들렸다. S의 손이 경태의 남성을 쥐더니 놓지 않았다. 녀석은 의지와 달리 강렬한 폭팔을 요구하는 듯 해보였다.
S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거대한 아나콘다뱀이 순한 사슴을 잡아먹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경태의 신경계통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총공세를 펼치려는 듯 S의 혀와 두 손이 경태의 주요 기관들을 차례로 접수하기 시작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순간이 흐르고 있었다.
경태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머니가 앞에서 계셨다. 어머니는
붉은 눈물을 흘시시고 계셨다. 너를 믿고 사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나온다고 하시며 슬피 우셨다. 갑자기 몽둥이로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S는 나이트가운을 벗어 던졌다.
잘 익은 수밀도가 눈을 현란하게 만들었다. 하얀 속살이 잘익은 박 같았다. 경태는 얼른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세수를 하였다. 거울속에 여자의 루즈를 묻힌 다른 남자가 경태를 쳐다보고 있었다.
변기에 앉아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피땀을 흘리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리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떠날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경태에게 성실하게 일하고 절대로 신분에 어긋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귓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었다.
한 순간의 쾌락 때문에 일생을 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간
경태의 행동에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S는 바람빠진 풍선이 되었다.시계가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다. 경태를 그냥 보낼 S가 아니었다. 이 집을 슬기롭게 빠져 나가는 일은
특단의 행동이 필요했다.
경태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자 S가 달려왔다. 변기에 머리를 박고 구역질을 하면서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매우 아픈 시늉을 했다. S는 당황하여 경태의 등등 두드려
주었다. 더욱 큰 소리로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자 S는 더욱 당황하여 울먹이기 시작했다.
겨우 S의 부축을 받아 거실에 드러누웠다. S가 꿀물을 타서 마시라고 하였다. 계속해서 배가 아프니까 빨리 병원에라도 가보아야 하겠다며 경태가 비틀거리고 일어나려 하자 S가 같이 가겠다며 따라 나서려고 했다. 간신히 S를 떼어놓고 아파트를 나섰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참으로 맑았다.
제비꽃이 약간 정신이 들어있었지만 상당히 취한상태였다. 그녀도 곧 거실쇼파에
눕더니 잠이 들어버렸다. 안방침대에는 두 여인이 세상모르고 골아 떨어졌고, 거실
쇼파에는 제비꽃이 약하게 코를 골았다.
대평원에서 먹이를 쫓던 사자도 먹이감이 많으면 선뜻 덤벼들지 못하듯이 경태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미모가 뛰어난 백장미를 건드려 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래도 맨 처음 인연이된 제비꽃에게 작업을 펴보기로 했다.
약간 코를 골고 잠을 자는 제비꽃에게 다가가 보았다. 술냄새를 풍기며 자고있는
제비꽃의 입술이 탐스러워 보였다. 경태가 살짝 입술을 핥아보았다. 반응이 없었다.
봉긋하게 송아난 젖무덤이 시선을 가로 막고있었다. 능숙한 기술로 프렌치 키스를
하였다. 그제서야 제비꽃이 반응이 있었다.
경태가 긴 혀를 제비꽃의 입안으로 밀어넣고 전후좌우를 휘젖고 다녔다. 제비꽃은
비몽사몽간에 경태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간간히 신음소리가 거실의 적막을 깨트릴 뿐이었다. 격렬한 정사후에 오는 평온함에 경태는 담배를 피워 물었고, 제비꽃은 수치심에 누워 꼼짝않고 있었다.
땀으로 목욕을 하다시피한 경태가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제비꽃은 얇은 이불만 덮고 다시 잠이들어 있었다. 안방에서 잠자고 있을 두 여인들이 궁금해 호기심이 발동했다. 수건으로 은밀한 부위만을 가린 경태가 살며시 안방문을 열어보던 경태는 깜짝놀랐다.
술이 오른 두 여인은 방안이 더워서 그랬는지 속옷 차림으로 이불도 덮지 않은 상태로 잠이들어 있었다. 백장미의 우유빛 허벅지와 뇌쇄적인 히프 곡선이 경태의 시선을 잡았다.
일을 본지 얼마 안되었지만 경태의 남성은 다시 불끈 솟아올랐다. 백장미를 침대
밑으로 안아 내렸다. 경태와 백장미가 물에 빠진 생쥐처럼 땀으로 범벅이 되는데 걸린
시간은 잠깐이었다. 그리고 백장미는 잠이들었고 경태는 세 여인들을 뒤로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거래처를 다녀오고 난뒤 특별히 할 일이 없던 경태가 인터넷을 접속하자 메신저 알람이 깜박댔다. 제비꽃이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일주일전 자신과 친구를 동시에 정을 통했던 사실을 아는 듯 했다.
퇴근 후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자신과 백장미가 함께 나온다고 했다. 남산타워
회전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에 볼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일찍 퇴근하였다. 경태는 오랜만에 단골이발소를 들렸다.
미스윤이 10년 가뭄에 큰비를 만난 것처럼 경태를 끌어 안으며 왜 자주 오지 않느냐고 투정을 부렸다. 남자이발사가 이불을 하고 미스윤의 손에잡혀 구석의자로 옮겼다. 맛사지를 해주다면서 푹신한 의자에 앉히더니 위자를 90도로 간이침대처럼 폈다.
물에젖은 얇은 종이막 같은 것을 눈에 붙이더니 잠자코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속삭였다. 발을 미지근한 물로 씻겨준다음 손과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비싼 요금을 감수하며 음침한 이발소를 찾는 남정네들의 심정을 이발소의 여우들은 잘 알고 있다.
미스윤이 한 시간 정도 맛사지를 하자. 경태는 깜빡 잠이들었다. 잠결에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으레 이곳에 오면 미스윤의 육탄 서비스를 받아왔다. 경태의 허벅지 사이에 미스윤이 올라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경태는 모르는척 약하게 코를 골고있었다. 그 녀석은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식.무의식을 가리지 않고 성을 불끈내고 있었고 그런 경태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있는 미스윤의 몸동작이 빨라지고 있었다.
경태가 활화산처럼 분출하고 전율하자 미스윤이 미소를 띠고 나머지 일을 처리했다.
제비꽃과 백장미가 이미 나와있었다. 웬일인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태를 보자 마자 두 여인이 일어나며 이곳은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서 다른데로 가자고 했다.
남산타워를 나오자 갑자기 건장한 30대중반의 남자들이 다가오더니 경태의 복부를
연타했다. 배를 잡고 그 자리에 쓰러진 경태가 고통스러워 하자 두 거한들이 경태를 일으켜 세웠다. 두 남자는 경찰이라고 하면서 잠깐 갈데가 있다고 했다. 눈에 테이프가 붙여진채 강제로 차에 태워진 경태는 뒷좌석에 다소곳이 앉아있어야 했다.
등치가 남산만한 두 거한들은 아무리 봐도 경찰같아 보이지 않았다. 운전하는 남자
또한 검정색 선그라스를 끼고 수염이 긴 것으로 봐서 주먹 세계의 사람들 같아보였다.
경태가 탄 차 뒤로 승용차 한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제비꽃과 백장미 그리고 흑장미가
탄 차였다. 자동차 두 대가 한남대교를 건너 잠실방향으로 속력을 냈다.
경태는 불안했지만 험악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말을 할 수 없었다. 창밖에 도심의 화려한 간판이 빠른속도로 뒤로 달리고 있었다. 차가 잠실을 지나 한참을 더 달리다 어느 허름한 건물앞에서 멈추었다. 폐업된 공장같았다. 등치 한명이 경태의 멱살을 쥐더니 차에서 끌어내리고 다짜고짜 패기 시작했다.
곧이어 제비꽃이 탄 차가 도착했는데 백장미와 흑장미 그리고 알수 없는 묘령의 여인이 함께 차에서 내렸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세 여인들이 담배를 피워 물며 처참하게 일그러진 경태의 얼굴을 보더니 차례로 침을 뱄았다. 자신들이 술 때문에 한 순간에 당했지만 오늘은 그 보복을 할 것이라 했다.
제비가 손짓을 하자 두명의 등치가 다시 경태의 복부를 강타했다. 배속에 들어있던
내용물을 토했지만 등치들은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얻어 맞은
경태는 잘못하다가 이곳에서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잘못했다고 등치와 제비꽃에게 엎드려 빌었지만 제비꽃은 싸늘하게 웃고만 있었다.
등치가 경태의 옷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신분증을 빼고 다시 넣었다. 제비꽃이 피우던 담배를 경태의 손등에 놓고 발로 비벼껐다. 지난번 보았던 제비꽃이 아니었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어 등치가 경태의 신분증을 들여다 보며 씨익 웃더니 일장연설을 했다.
일주일의 안으로 현금 오천만원을 제비꽃에게 주지 않으면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
버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그대로 자필로 각서를 쓰라고 했다. 경태가
머뭇거리자 등치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경태의 비명이 밤 하늘을 갈랐지만 허공에
메아리 변했다.
할 수 없이 등치가 시키는 대로 각서를 써줘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곳에서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피투성이된 경태에게 제비꽃이 다가오더니 자신들을
욕보인 짓에 대하여 참을 수 없다고 하면서 그대로 해주 겠다고 했다. 백장미가
등치들에게 뭐라고 속삭이자 두 등치가 경태에게 달려 들더니 옷을 모두 벗겼다.
세 여인들은 재미있어하며 박수를 쳐댔다. 제비꽃이 함께 온 묘령의 여인에게 손짓을 했다. 여인이 옷을 모두 벗더니 차 범퍼를 두손으로 짚고 업드렸다. 제비꽃이 그 묘령의 여인에게 자신들에게 했던 행동을 하라고 했다. 경태가 잘못했으니 제발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었지만 제비꽃은 냉소했다.
등치가 다가 오더니 경태의 등을 후려쳤다. 쓰러진 묘령의 여인이 경태를 일으키고
자동차 앞 범퍼에 앉게하더니 남성을 잡았다. 세 여인들과 두 등치는 창녀촌에서 데리고 온 여인이 다양한 테크닉으로 경태를 요리 하는 것을 지켜보며 시시덕 거렸다. 등치 큰 녀석이 열심히 카메라 후레시를 터트렸다. 야외에서 정사가 끝나갈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머리 같은 장마가 끝나고 지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중순이 되었다. 경태는
2학기 수강신청을 했다. 군제대후 6개월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드리겠다고 집을 나와 겨우 2학기 등록금 정도 돈을 모았다.
낮에는 학교에 다니랴 밤에 아르바이트 하랴 한 몸으로 두 가지 일을 해내기가 벅찼지만 여주인과 지배인은 그런 경태를 이해를 하고 남다른 배려를 해주었다. 경태 만큼 똑똑 하고 매장을 맡아 일할 남자 종업원이 없었다. 성실하고 주인이 지시하는 바를 잘 따랐고 무엇보다 영어를 잘 구사하는 것이 큰 인기 비결이었다.
3년만에 군제대하고 다시 만난 대학친구들과 수업이 끝나고 어울려 술잔을 기울일
시간이 없었다. 친구들은 그런 경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군대 갔다오더니 좀 이상해졌다고 쑤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대학 친구들의 시선이 점차 무서워졌다. 몸이 아프거나 집에 무슨일이 있더고 핑계대고 일찍 가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복학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경태는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예비역복학생 친구들 10명을 자신이 아르바이트 하는 업소로 초대를 했다. 그날 경태의 직장을 방문한 친구들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낮에 학교다니고 밤에 술집에서 돈을 버는 친구를 그동안 자신들이 오해를 한 것에
대하여 크게 미안해 했다.
피곤해 수업에 빠지는 날이면 대신 출석체크를 해주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곤 했다. 친구들이 자주 찾아오다 보니 업소의 아가씨들과도 자연 친분이 맺어지고 더러는 연애를 하는 친구들도 생겨났다. S는 여전히 경태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시하고 다녔다. 여주인과 지배인 그리고 모든 종업원은 S와 경태를 의혹의 눈으로 바라봤다.
추석이 다가오자 종업원들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종업들의 고향이 지방이었다. S는 이혼한 이후로 한번도 고향을 가지않았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기도 했지만 친척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고향으로 발길이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머니의 얼굴이 자꾸 꿈속에 나타났다.
어머니에게 무슨 이상이라도 생겼나하고 전화를 해봐도 별 다른 일이 없다고 하셨다. 무슨일이 있어도 이번 추석날 고향을 방문하기로 했다. 영업실적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사장은 추석보너스를 지급했다. S가 영업이 끝나면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명절 분위기를 타면서 손님도 많이 줄었다. 내일부터 명절 연휴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장은 영업을 일찍 끝냈다. 근처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술 한잔 하며 고향가지 못하는
심정을 달래보려고 했던 경태는 S와 다른 카페를 찾았다. S가 싱가폴슬링을 주문하자
경태는 맨하턴을 주문했다. 침울해 있던 S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날 아침 자신의 집에서 도망가듯 나간 경태가 야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고 했고, 자신도 내일 고향 P시를 다녀올 예정이라고 하면서 경태를 예전 보다 더 사랑하고 싶다고 했다. 2학기를 복학한 경태는 약간 황당했다.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자신보다 연상인 S와 연애를 한다는 일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추석연휴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학업에만 전념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싱가폴슬링과 맨하턴 한잔씩 더 주문되었다. 초가을이지만 새벽 도시의 공기는 차가
웠다. 카페를 나온 경태는 S를 일찍 택시태워 보내고 쉬고싶었다. S의 눈빛은 목마른
갈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쉬워하는 S를 억지로 집에 보냈다.
출근하자마자 경태는 괴전화를 받았다. 제비꽃이었다. 오늘이 약속한 일주일 되는
날인데 회사로 찾아 오겠다는 전화였다. 그들에게 주겠다고 약손한 돈 오천만원은 준비되지 못했고 설마 그들이 회사로 찾아 오겠냐고 생각하고 업무에 전념키로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도 돌아온 경태에게 수위실에서 연락이 왔다.
웬 건장한 남자 두명과 묘령의 연인들 세명이 자신을 만나야 겠다면 정문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설마했던 것이 현실이 되자 경태는 당황했다. 자신의 신분을
모두 알고있는 그들을 피해 숨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엽색행각이 회사에 알려지면 자신은 이 회사에서 붙어있기가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경태를 보자 욕부터 해댔다. 남의 처를 강간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덤벼들었다. 등치들에게 멱살을 잡힌 경태는 지나가는 동료사원들의 눈이 두려웠다. 그들을 겨우 달래 인근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에서도 그들은 안하무인이었다. 탁자를 탁탁 치며 경태를 협박했다. 왜 약속한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느냐며 마치 빚쟁이들 처럼 행세를 했고, 제비꽃과 백장미 흑장미는 담배를 꼬나물고 쓴 웃음을 지었다. 덩치들에게 갑자기 오천만원을 마련하려니까 너무 힘들다 그러니 삼일만 더 말미를 달라고 하자 등치 한녀석이 경태의 뺨을 후려갈기며 큰 소리로 듣기 민망한 욕을 해댔다.
커피숍의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경태에게 쏠렸다. 울상이 된 경태는 비굴한 태도를 보이며 빌었다. 그러나 다른 등치 한녀석이 일어서더니 구두발로 경태의 가슴을 걷어 찼다. 그리고 정확히 삼일후 다시오겠다며 돌아갔다. 퇴근무렵 제비꽃으로 전화가 왔다.
성인 사이트 http://www.zora.con에 접속해서 갤러리를 보면 재미있는 사진이 몇장 올려져 있을 것 이라고 했다. 경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 포르노 사진이었다. 그들에게 납치되다 시피하여 강제로 창녀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의 사진 십여장이 올려져 있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한 장면의 사진으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사진들이었다. 20분에 다시 제비꽃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작품을 잘 감상하였느냐고 비아냥 거렸다.
약속한 돈을 삼일후 주지 않을 경우 모든 성인 사이트에 사진을 제공하여 싣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태는 참담한 심정을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대가였다. 세상을 만만하게 본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창녀와 섹스를 하는 장면의 사진이 널리 유포되기전에 막아야 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포르노 스타가 될 것이 뻔했다.
친구들과 사태의 원만한 수습을 위해 상의를 해보고 백방으로 뛰면서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았지만 사진이 그들 손에 있는 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할 수 없이 평소 거래하던 은행에 신용을 담보로 삼천만원을 빌리고, 친구들한테 이천만원을 만들어 제비꽃에게 돈이 준비되었으니 만나자고 했다.
약속장소에는 제비꽃과 등치 두명이 나왔다. 등치 한 명이 돈이든 가방을 낚아채고
제비꽃이 앞으로는 여자들을 울리지 말고 집안일에 신경쓰라며 비아냥 댔다. 자신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원본 필름을 모두 없애겠다고 하고 그들은 바람 처럼 사라졌다. 경태는 너무 억울하고 분했지만 스스로 지은 악업에 그 대가를 치루고 있다고 원통한 마음을 달랬다.
다시 다음날 오후 늦게 제비꽃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각해 보니 자신들이 당한
수치스런운 일에 비하면 돈 오천만원은 너무 약하다며 삼천만원을 더 요구 했다. 삼일후 계좌로 넣어 달라며 번호를 불러 주었다. 만약 돈을 주지 않을 경우 그날 밤 자신과 자신의 친구까지 범한 사실을 모두 회사와 집에 알려 사회적 매장을 시키겠다고 했다.
경태는 마음대로 해보라며 절대로 돈을 더 줄 수 없다고 전화기에 대고 큰소리로 욕을 하자 옆 동료들이 무슨일인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경태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자 대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먼저 알려준 인터넷 성인 사이트 갤러리를 보라고 했다. 그 사진에는 경태의 신상정보와 함께 이십여장이 계시되어 있었다. 먼저 올렸던 사진 보다 노골적인 정사 장면이 올려져 있었다.
정신이 없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고 경태는 술집으로 향했다. 어떻게 그들을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해봤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방치했다가는 회사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적나라한 섹스 사진이 게시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앞날이 캄캄했다. 가슴을 치고 후회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요구대를 들어 준다고 해도 또 협박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추석연휴가 끝났다. 연휴의 후유증 때문에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가끔 GI들과 어린 대학생들 삼삼오오 왔다가 맥주 몇병 마시고 갈 뿐이었다. 고향을 다녀 온 S는 곧 사직서를 낼 것이란소문이 돌았다. 추석 때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는데 그중 자신 처럼 이혼을 한 홀아비가 있어서 다음달 그와 재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며 구애를 하고 노골적으로 유혹을 했던 S가 몇칠 사이에 전혀 딴 사람이 되었다. 언제 경태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냐는 듯 서로 눈이 마주쳐도 S는 슬쩍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경태는 참으로 잘된 일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운했다. 자신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칠 때 모르는 척하고 그녀와 육욕의 향연을 벌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S가 자신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을지 무척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와 식사라도 하고 싶었다. S에게 내일 점심 때 식사나 같이 하자고 했지만 그녀는 일이 있다며 거절했다. 경태는 갈대와 같은 여자들의 마음에 자존심을 상해야 했다. 그 많던 유혹을 그때그때 뿌리친 자신이 스스로 대견스러웠지만 자신의 정중한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자체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S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더 이상 엉덩이가 큰 S를 볼 수 없었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손님들이 많아졌다.
더 이상 주점에서 일하며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친구들과 자신에게 미안했다. 중간
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졸업후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라도 학점은 잘 따놔야 했다. 공부를 위해 여주인과 매니저 그리고 동료 종업원들의 눈치를 봐야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태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학 졸업할 때 까지 영등포에 사시는 큰형님의 신세를 져야 했다. 첫눈이 내렸다.
지나간 몇 달간의 애잔했던 추억을 가슴에 묻고 학업에 전념하던 경태에게 친구들이 슬픈소식이 전해줬다. S가 사기 결혼을 당해 모든 것을 다 날리고 음독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이태원으로 달려갔다. 여사장과 매니져는 아직 출근 전이었다. 평소 안면있던 여종업원들이 반겨주었다.
그들에게 S의 일에 대하여 자초지종을 물었다. S가 결혼한 남자는 고향의 초등학교
동창생인데 그는 S를 속여 결혼하고 S에게 사업상 자금이 필요하다며 S명의 집과 S의 친정집과 오빠들 까지 보증을 서게하여 은행에서 거금을 융자받은 후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충격에 S는 음독을 하였고 그의 친정집과 오빠들고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 경태는 눈물을 흘렸다.
S가 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일년 사이에 연상의 두 여인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그토록 자신에게 사랑을 갈구했던 두 누이들에게 자신이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그들의 유혹에 그냥 넘어가 줬더라면 가슴이 덜 아팠을 것을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곧 결혼을 하겠지만 결혼전 까지 수동적으로 애정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 수동적인 것은 능동적인 것 보다 많은 비극을 불러 올수 있으며,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태라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세계적인 포르노 스타가 될 수가 있다고 판단이 서자 어쩔 수 없지만 돈을 줘야했다. 10일 사이에 팔천만원을 뜯긴 경태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돈을 직접 제비꽃에게 돈을 입금시키면서 만일 한번더 협박을 할 경우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
죽음의 덧에 걸려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단맛에 취해있던 지난 몇 년간의 세월이
덧없기만 했다. 팔천만원의 거금을 단 한차레의 쾌락의 대가로 주기에는 너무나 억울
했다. 회사와 퇴근후 집에서도 말이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제비꽃에게 돈 삼천만원을
입금시키고 일주일 후 아침부터 상사의 호출이 있었다. 사직서를 쓰라는 권고를
받았다. 회사의 명에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지시였다.
그리고 경태와 창녀의 성행위 사진이 게시된 사이트주소가 링크된 회사 게시판 목록이 프린트된 종이를 내보였다. 게시판 목록에는 '**회사 **부 대리 **의 생 포르노사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되어 있었다. 어제밤 늦게 올린 것 같은데 접속자수가 벌써 천명이 넘었다. 이미 사장과 이사진들에게 까지 보고가 되었다고 했다.
- 끝 -
_()_ 고맙습니다. 무자년에도 님의 시간으로 채우시고
뜻하신 모든 일이 형통 하소서.
2007. 12. 31. 늦은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