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信
秋 信
- 여강 최재효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시계바늘
점점 얇아지는 달력
여름 내내 천둥 번개 얻어맞아
시퍼렇게 멍든 하늘 호수
부고장을 준비하는 나뭇잎들
밤마다 문지방을 넘는 귀뚜라미
내 생애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을
서러운 마음으로 보낸다
오늘을 허무하게 허비한 사내는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본다
지난해 이맘 때보다 바람이 약간 빠진 性器
한 때의 추억을 생각해내곤
하늘에 대고 거칠게 삿대질을 해댄다
가을은 수확이 아니라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어제는 瑞雪을 맞은 친구가
하얗게 웃으며 청첩장을 슬며시 보내왔다
2007.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