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에 꽃이 피지않는 이유
이총에 꽃이 피지않는 이유
- 여강 최재효
임은 어느 봄날 홀로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지는
들녘의 무명화(無名花)가 아닙니다
여름 꽃보다 진하고
눈꽃보다 하얀
조선의 꽃 아니겠습니까
임은 한 시절 피었다가
달빛에 말라버리는
가녀린 십일홍(十日紅)은 더더욱 아닙니다
무쇠보다 강하고 비바람에 굴복하지 않는
반도(半島)의 질경이 꽃입니다
사백의 성상(星霜)이면 어떻고
천년의 세월이 흐른다 한들
임의 단심(丹心)이야 변할 리 있겠습니까
열도(列島)의 심장에 피어나
늘 머나먼 북녘 하늘 바라보며
낮이면 철새 지저귀는 소리에 귀 세우고
밤이면 바람결에 들려오는 먼 소식을
수 없이 들어도 지겹지 않겠습니다
임의 유택(幽宅)이 단초롬 한 것도
알고 보면 가슴 아픈 사연이 서려있을 테고
왜(倭)의 들녘에 피어있는
그 흔해 빠진 들꽃 한 송이 용납하지 않음도
아직 임의 눈물이 식지 않았음입니다
2007. 7. 29. 10:50
- 일본 교토 이총(耳塚)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