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자화상
2007년의 자화상
- 여강 최재효
내 몸에 저급한 피가 흐르는 탓일까
방금 고개를 넘었어도
앞뒤 분간하지 못하고
바람난 계집애 처럼 엉덩이가 가볍다
거울 속 누런 아이의 미간(眉間)에서
세속에 닳고 닳은 노예의 냄새가 나고
자다가도 여인의 살내음이 나거나
귀 여린 달콤한 칭찬이 들리면
억지로 태양의 눈을 가리거나
스스로 장님을 자청한다
문득 도화경에 영어(囹圄)의 몸이 된 젊은이가
욕망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피안(彼岸)에 서서
세속의 미련에 눈물겨워하거나
백발의 모습으로 하늘을 우러르지 못할 때
나는 애써 눈을 감아버린다
정말 내 몸에 저급한 피가 흐르는 것일까
풍만한 달이 핏빛으로 물들고
늘 인자했던 할아비는
양손에 회초리를 들고 나타나셨다
골조(骨組) 없는 나는
이승에 어디에도 그림자를 드리우지 못했다
2007. 4. 3.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