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콘 인생
리모콘 人生
- 여강 최재효
알람이 비수를 들어
꿈을 절연시킨다
무의식으로 손에 문명이 잡히고
동침했던 여명(黎明)이
창문에서 촉촉하게 되살아 난다
동서남북에서 만들어진
지난 밤 소식들이
강제로 무의식중에 입력 되면서
공허해진 뱃속이 든든해진다
눈꺼풀이 무거워진 뭍별들이
서둘러 꼬리를 감추고
밤새 술을 마신 달은 휘청거리며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위장을 기계들이 준비한
모래알 같은 양식으로 구겨넣고
원격조정기로 육중한 바퀴들을 살려
21세기의 어느 하루를 돌린다
문명의 조정사가 된 나는
전장(戰場)보다 더 살벌한 빵 공장에서
실제보다 더 처절한 가상세계에서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번뇌의 연속에서
실타래로 풀어진다
도대체 누가 나를 움직이는가
2007. 1. 24.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