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어부
가짜 어부
- 여강 최재효
식인 물고기가 출몰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어부가 되었다
서해안은 이미 검은 피로 축축해져 있었다
시속으로 미끄러지는 갑판위에서
두 눈을 부릅떠 보지만 놈은 이미 멀리 도망친 듯 하다
군데 군데 녀석의 배설물이 청정해를 오염시켰다
긴장 된 시선을 작살 끝에 고정 시키고
두 손에 혼을 실었다
곧 예상되는 짜릿한 손맛에
하반신까지 전율한다
병풍에 그려진 섬들이 주마간산 보다 빠르다
물고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태양도 지치고
어부들도 서서히 탈진되어갔고
배까지 제 정신이 아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작살 한번 날리지 못했다
탈진해서 뭍으로 올랐다. 그때
부두에서 쉬고 있는 대어(大魚)를 보았고
나는 작살대신 몸을 날렸다
내 유약한 몸은 당랑거철이었고
나는 낚시에 걸린 초라한 물고기 같았다
그들의 굶주린 눈동자 비친 나는
한 마리 물고기였다
어부는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세상을 망친 그 망할 놈의 거대한 식인 상어들이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무지막지한 놈들이
여기서 곤히 잠들어 있을 줄이야
어부와 물고기가 뒤바뀐 아름다운 나라
2006. 10. 14 18:00
[주] 당랑거철(螳螂拒轍) - 중국 제나라 장공(莊公)이 사냥을 나가는데
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바퀴를 멈추려 했다는
데서 유래함. 즉, ‘제 분수도 모르고 강한 적에 반항하여
덤벼듦’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